[노들아 안녕]

노들에 돌아왔습니다

박준호

 

 

노들 안녕하세요. 저는 올해 4월부터 노들이 있는 유리빌딩으로 다시 출근하게 되었어요. 저는 2008년 노들야학 교사를 시작했고 2009년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반상근을 시작으로 2011년부터 2015년까지는 노들야학의 상근자로 일을 했습니다. 2015년에는 다른 일을 해보고 싶고, 돈도 벌어 보고 싶어서 노들야학의 상근자를 그만두고 다른 직장을 다녔어요. 5년 만에 다시 노들에 돌아왔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들다방으로 온 것이니 노들에 돌아온 것이 아닌가요. 잘 모르겠습니다. 노들로 돌아온 게 맞겠죠. 노들아 안녕에 글을 쓸 기회를 주셨으니요.

 

들다방은 유리빌딩 4층에서 학생, 교사, 활동가 분들이 식사를 하고 커피와 차를 마시는 공간입니다. 들다방은 야학 학생들의 무상급식을 책임지는 공간이기도 하고 많은 분들이 잠시 쉬어가는 공간입니다. 사실 들다방에 오기 전까지 들다방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었습니다. 제가 다른 직장에서 일하는 동안 생겼던 곳이기도 하고 주말에 들다방은 장사를 하지 않으니 올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었습니다.

 

제가 기억하는 것은 제가 야학을 그만두기 전에 교장선생님이 야학 학생분들의 급식을 위해 동분서주 하시고 많은 반대를 무릅쓰고 2층 한켠에 주방과 식당을 만드신 모습이었습니다. 물론 혼자 만드신 것은 아니지만 2012년에는 교실 한켠에 작은 공간 확보하는 것도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인가 노들야학 홈페이지에 올라온 노들야학 교사 현진이 찍은 예쁜 들다방 사진을 본 적이 있구요. 작년에 회사일에 치여 거의 혼이 나가 있을 무렵에 지금 들다방 사장님, 유미 선생님이 교사들 카톡방에 들다방의 로고와 디자인을 설문조사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때 저는 다른 디자인을 선택했던 것 같은데 지금 다시 보니 들다방 로고와 브랜드 디자인은 예쁜 것 같습니다. 들다방에 대해 알고 있는 건 겨우 이 정도였습니다.

 

처음 들다방에 들어오라는 제안을 받은 것은 작년 12월 교사회의 뒷풀이 자리였던 것 같습니다. 거절했습니다. 그 자리에서 두 번, 세 번 얘기를 듣다보니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일 주일 정도 생각할 시간을 주셨고 같이 일을 하기로 했습니다. 왜 다시 들다방일까. 회사에서의 납득할 수 없는 프로세스 강요와 무리한 일정 요구로 인한 번아웃, 들다방에 제안 받는 게 기뻐서, 그러면서도 직장에서 배운 개발 관련 공부와 업무를 어느 정도 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 2010년도 초반에 비해 노들의 월급도 많이 올라서, 등등 머리속으로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는 것 같은데 정확한 이유를 말하진 못할 것 같습니다.

 

아마 큰 이유 중 하나는 아마 회사를 겪으면서 보았던 어떤 사람들의 무례함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사회에서 말하는 정상성의 범주에서 벗어난 이들에 대한 편견과 무례함을 볼 때마다 마음이 무겁게 내려앉았습니다. 길을 걷는 도중에, 식사 자리에서, 회식 자리에서, 일상에서 정치적 약자들을 비하하는 말들이 쉽게 오고갔고 그런 대화를 견디기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잘 설명하거나 설득할 수 없는 자신의 한계도 느꼈습니다. 쓰다 보니 그들에 대한 이야기인 것 같아 다시 생각해보니 더 부끄러울 뿐입니다. 7년이나 노들에 있으면서 배운 것들을 잘 설명도 못한 꼴이니요. 어쨌든 다시 돌아왔습니다.

 

노들아 안녕, 하면서 떠난 지 5년만에 노들아 안녕,에 글을 싣게 되었습니다. “돌아올 곳이 있었다”는 게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활동가로서 부족한 부분이 많은 사람이라 돌아오는 것을 거절하려는 생각도 했지만 “니 인생이 불쌍해서 일하자고 하는 거다” 라고 정곡을 찌르는 말을 해준 교장샘도 감사합니다. 들다방은 제가 들어오자마자 많이 어렵습니다. 코로나 파동으로 식사를 하는 분들이 많이 줄어 영업이 힘들어졌고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논의를 하고 있습니다. 들다방은 휴업을 해야 할까요. 들다방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함께 추석 선물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많이 구매해 주세요. ([shop.deuldabang.com]에서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추석 기차는 있을까요. 이번 추석 풍경은 어떨지 궁금합니다. 집에 가면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다시 장애인운동의 곁으로 돌아간 상황을 부모님께 어떻게 얘기를 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이 글은 노들 계간 소식지 <<노들바람>> 2020년 가을 124호에 실린 글 <[노들아 안녕] 노들에 돌아왔습니다 / 박준호>를 재수록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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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들다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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