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노들바람 136호] 오만일천칠백사십사 시간 동안 (2023년 12월)

오만 일천 칠백 사십 사 시간 동안

조정민 | 들다방 6년지기

볕 좋은 야외 잔디밭에서 캡모자를 쓴 남성과 단발펌을 한 여성이 이편을 보며 브이한다(남편분과 함께 있는 조정민샘)

볕 좋은 야외 잔디밭에서 남편분과 함께 있는 조정민샘

안녕하세요, 들다방 근로지원인 조정민입니다. 제가 들다방에서 바리스타분들과 함께 일한 지가 오만 일천 칠백 사십 사(51,744) 시간, 그러니까 거의 6년이 다 되어 갑니다. 들다방에서 잡 코치(job coach)로 처음 일을 시작할 때는 제가 이렇게 오래 일을 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6년이란 기간 동안 들다방과 함께했지만, 저에게 ‘평등한 밥상’은 그냥 스쳐 지나가는 하나의 행사였던 것 같습니다. 행사 날에도 평소처럼 매장에서 들다방 업무를 지원해 주는 역할을 해야 했거든요. 매년 티켓을 구매했지만 그 티켓을 사용해 본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냥 야학 학생들의 식사를 위해 내가 기부하는 것으로만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평등한 밥상’은 내가 함께 참여하고 즐기는 축제로 느끼지 못했습니다.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은 건물 안에서 들다방을 지켰고, 퇴근하면서 잠깐 행사장을 스쳐 지나갈 뿐이었지요.

그런데 올해는 저에게 평등한 밥상 행사가 조금은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왜냐하면 지난 6년 동안 그냥 지나치기만 했던 행사를 함께 즐겨보았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남편과 함께요.^^ 남편에게 우리 회사에서 노들야학 장애인들의 급식 기금 마련을 위한 행사를 하는데 참여할 의사가 있냐고 물었더니, 흔쾌히 오겠다고 하더라고요. 퇴근 후 남편과 만나서 맛있는 음식도 사 먹고, 대항로 건물의 선생님들이 열심히 준비한 행사도 함께 즐겼습니다. 맨날 이야기로만 듣던 남편도 제가 일하는 데가 어떤 곳인지, 어떤 일을 하는지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을 겁니다. 지나가던 박경석 선생님을 보고는 “어, TV에서 많이 보던 분인데…”라며 거의 연예인을 보듯 사인받을 기세였습니다.ㅋㅋㅋ

여기저기에서 저를 아는 야학 학생분들이 남편에게 반갑게 인사해주고, 남편도 친구처럼 웃으며 인사하고 손 잡아주는 모습이 마치 예전부터 알고 지낸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장애인분들에게 스스럼없이 먼저 다가가 주는 남편의 모습이 좋아 보였습니다.

장애인들과 함께 어울려 노래도 하고 춤도 추고 뮤지컬도 보면서, 박수 치고 웃으며 행사를 즐기던 남편의 첫마디가 “여기는 장애인들의 천국이네. 이렇게 함께 어울려서 편견 없이 즐길 수가 있는 행사가 있을까? 여보, 정말 멋진 곳에서 일하는구나” 였습니다. 맞네!!! 내가 일하는 이곳은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없는 곳이었네. 남편의 말을 듣고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왜 여태 나는 여기서 함께 어울려 행사에 참여할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남편의 말처럼 장애인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평등한 밥상’ 같은 행사가 많이 있었으면 좋겠고, 앞으로는 저도 이곳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함께할 수 있는 일원이 되어 보려고 합니다.

노들바람_136호표지_issn2383_9872_밑불이 되고 불씨가 되자_표지그림 박만순, 류재용, 이승미

노들바람_136호표지_issn2383_9872_밑불이 되고 불씨가 되자_표지그림 박만순, 류재용, 이승미

오만 일천 칠백 사십 사 시간 동안 조정민 | 들다방 6년지기 안녕하세요, 들다방 근로지원인 조정민입니다. 제가 들다방에서 바리스타분들과 함께 일한 지가 오만 일천 칠백 사십 사(51,744) 시간, 그러니까 거의 6년이 다 되어 갑니다. 들다방에서 잡 코치(job coach)로 처음 일을 시작할 때는 제가 이렇게 오래 일을 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6년이란 기간 동안 들다방과 함께했지만, 저에게 ‘평등한 밥상’은 그냥 스쳐 지나가는 하나의 행사였던 것 같습니다. 행사 날에도 평소처럼 매장에서 들다방 업무를 지원해 주는 역할을 해야 했거든요. 매년 티켓을 구매했지만 그 티켓을 사용해 본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냥 야학 학생들의 식사를 위해 내가 기부하는 것으로만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평등한 밥상’은 내가 함께 참여하고 즐기는 축제로 느끼지 못했습니다.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은 건물 안에서 들다방을 지켰고, 퇴근하면서 잠깐 행사장을 스쳐 지나갈 뿐이었지요. 그런데 올해는 저에게 평등한 밥상 행사가 조금은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왜냐하면 지난 6년 동안 그냥 지나치기만 했던 행사를 함께 즐겨보았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남편과 함께요.^^ 남편에게 우리 회사에서 노들야학 장애인들의 급식 기금 마련을 위한 행사를 하는데 참여할 의사가 있냐고 물었더니, 흔쾌히 오겠다고 하더라고요. 퇴근 후 남편과 만나서 맛있는 음식도 사 먹고, 대항로 건물의 선생님들이 열심히 준비한 행사도 함께 즐겼습니다. 맨날 이야기로만 듣던 남편도 제가 일하는 데가 어떤 곳인지, 어떤 일을 하는지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을 겁니다. 지나가던 박경석 선생님을 보고는 “어, TV에서 많이 보던 분인데…”라며 거의연예인을 보듯 사인받을 기세였습니다.ㅋㅋㅋ 여기저기에서 저를 아는 야학 학생분들이 남편에게 반갑게 인사해주고, 남편도 친구처럼 웃으며 인사하고 손 잡아주는 모습이 마치 예전부터 알고 지낸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장애인분들에게 스스럼없이 먼저 다가가 주는 남편의 모습이 좋아 보였습니다. 장애인들과 함께 어울려 노래도 하고 춤도 추고 뮤지컬도 보면서, 박수 치고 웃으며 행사를 즐기던 남편의 첫마디가 “여기는 장애인들의 천국이네. 이렇게 함께 어울려서 편견 없이 즐길 수가 있는 행사가 있을까? 여보, 정말 멋진 곳에서 일하는구나” 였습니다. 맞네!!! 내가 일하는 이곳은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없는 곳이었네. 남편의 말을 듣고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왜 여태 나는 여기서 함께 어울려 행사에 참여할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남편의 말처럼 장애인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평등한 밥상’ 같은 행사가 많이 있었으면 좋겠고, 앞으로는 저도 이곳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함께할 수 있는 일원이 되어 보려고 합니다.

글쓴이 : 들다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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